김범종 개인전

넓게 나뉜, 그리고 움직이는

일정: 2013. 7. 27 - 8. 10 
Open/Close PM 1:00 - PM 8:00 (close for monday)
Opening reception 7.27 PM 7:00



서문

 한때 우리의 만남은 원하든 원치 않든 길게 이어져 여기 한 번의 전시로 뭉쳐졌다. 김범종을 만났던 겨울은 서로 참 상당히 추웠던 때였고 우리의 만남엔 소박한 온기가 있었다. 그 온기에 이 글이 찬바람이 되어 불지 않기를 희망하며 글을 붙인다. 또한 이 글이 작품을 풀어 해치는 해석의 내용을 담으려 하지 않음을 먼저 밝힌다. 한 사람의 동료 작가로서 응원과 또 한 사람의 팬으로서 감상의 글이면 만족할 것이며, 개인적인 만족을 포함한 하나의 통로로서 유효할 것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넓게 나뉜, 그리고 움직이는>안에 우리가 전시에 임하는 태도를 담아 놓으려 했다. 전시를 감상하는 통로를 다층적으로 펼쳐 놓는 것은 우리에게 큰 숙제가 되었고, 아마도 김범종에게도 새로운 시도의 제스처일 것이다. 완결된 그의 작품이 지닌 고유한 언어를 흔들어 움직이는 언어로 이동시키자 했던 것은 이 전시가 김범종에게 완결된 전시의 형태가 아닌 미래를 향한 교두보가 되길 희망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전시가 관객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모아 놓은 장소가 아님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김범종의 작업을 몇 해에 걸쳐 오랫동안 동료 작가로서 지켜봐왔다. 무엇보다도 그 성실함과 꾸준함에 혀를 내둘렀고, 작업의 양적인 측면에서도 참 본받을 만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 끝없이 쌓아올린 선들의 합이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점철되어 있음을 느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가 쌓아 놓은 선들의 합으로 보이는  단면 이미지 앞에 섰을 때 먹먹함이 일었음을 기억한다. 그 먹먹함이 그의 성실함을 알기에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나는 작품이 담지한 더욱 중요한 지점이 내 감응의 상태를 휘어지게 함을 느낀다. 그것은 아마도 아무리 지워도 지워 내지 지 않는 자기성을 지워내려는 불가능한 투구의 궤적이거나 혹은 그 정반대로 드러눕는 고장 난 나침반의 불명확한 지시를 따라 뻗는 당최‘알 수 없음’일 것이다.  

 우리가 텅 빈 전시공간에서 전시를 구상할 때 이런 이야기들이 스쳤던 것을 기억한다. ‘작업을 시작할 때 텅 빈 화면 앞에 서는 기분이야’, ‘내 작업은 어떤 의미도 담지 않기 위해서 시작한 건데 전시로 무엇을보여줘야 할까’, ‘어떤 의미도 담지 않는 전시의 형태가 있다면 무엇일까’ 대화의 끝 무렵에 우리의 의지도 바램도 넓게 나뉜 땅 위에서 만나지 못할 움직임으로 서로 엇갈리길 바랬다. 그 바램은 이번 전시의 형식이 되어 주었고, 그 안에서 춤을 추는 환영을 목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며 기뻐했다. 그 목격의 자리를 만드는 것이 ‘의미 없음’을 향한 우리의 불가능한 시도가 됨을 우리는 알고 있으며 또 그렇게 되길 희망하는 바이다. 우리는 이번 전시에서 우리의 것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최소한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모이고 펼쳐지는 세계를 기록하는 김범종의 작업들이 명확함으로 정체되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써 작품들을 잇고 꿰매 전시를 구성할 뿐이다._ 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