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김 개인전

BOXXBOX

일정: 2013. 8. 28 - 9. 6
Open/Close PM 1:00 - PM 7:00 (close for monday)
Opening reception 8.28 PM 7:00



  양진영, 김동희로 구성된 양반김은 “양반김”이라는 한국의 식품 상품 이름과 아티스트의 성씨를 반씩 갈라 “양+반+김”이라는 합성어로 만든 두 중의적 뜻을 가진 아티스트 그룹이다. 한국의 식탁에서 손쉽게 개봉하여 밥에 둘둘 말아 먹는 고소한 양반김처럼 이들의 작업은 별다른 조미료와 첨가물 없이 두 여성 아티스트들의 발칙한 행동들과 우스꽝스러운 내용, 직접적인 노동을 바탕으로 한 활동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이들의 작업은 거창한 플롯 구조를 가지거나 복잡한 복선도 있지 않으며 상당히 즉흥적이고 날 것의 모습들로 외적 코드화되어 있는 대상들을 가볍게 풍자한다. 가령 외국을 관광하고 있는 단체 관광객을 관찰한 작업과 다른 언어 간의 동음어를 통한 대조 “SICK, SICK”의 과거 작업들을 보면 이러한 모습들이 잘 나타나 있는데,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인식하지 못하고 통념적으로 살고 있는 양식, 언어, 개념 등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름에서부터 일관되게 나타나는 양반김의 이러한 속성들은 이번 전시 <BOXXBOX> 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영화관을 의미하는 BOX와 길거리의 널브러진 BOX 두 동음이의어로 만들어지는 “박스로 만들어진 극장”에서 상영되는 패러디 연작이 바로 그 것이다. <레옹>, <인디아나 존스>, <러브 액츄얼리>, <메트릭스> 등 다양한 유명 흥행영화들의 그 특징적 요소들만을 추출하여 아주 남루한 오브제와 일상적 소재로 패러디하고 있는 이번 작업들은 두 아티스트의 어설픈 연기만큼이나 우스꽝스럽고 명랑하기 그지없다. 또한 그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극적 상황과 배경, 인물들의 재잘거림은 이들이 영화라는 형태 속에서 패러디의 기법을 빌려 전혀 다른 맥락의 일상적 사람들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언어의 이중성에서 시작한 언어유희가 작품의 내용적 측면에까지 부조리를 만들어내며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동음이의어와 같은 말장난처럼 허황된 유머러스함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의 이러한 언어유희를 바탕으로 한 역설적인 풍자와 장난스런 행동들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필자는 양반김의 이러한 패턴은 하위문화로 일컫는 대한민국의 B급 문화의 확산과 오락성, 그리고 동시대 현대미술의 비판적 경향이 뒤죽박죽 섞여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SNS로 대표되는 혼자 뇌까리는 많은 글들과 대중음악과 대중오락으로 형성된 문화적 정체성, 그리고 진부한 멋들어짐보다는 화끈한 망가짐이 더 선호 받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생성된 젊은 아티스트들의 감각이 현대미술에서 주로 보이는 비판적인 자세와 실험성 등과 함께 교묘하게 결합하여 나타나는 하나의 형식이라 할 수 있겠다. 이들의 풍자 섞인 다소 엉뚱한 행동들과 설정들이 그저 코믹한 하나의 해프닝으로 그치지 않고 기존 미술의 질서와 기획에 근간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추구하고 있는 유머러스한 감각과 재치의 예술적 전략이 점점 더 제도화되는 예술계에 현실에서 과연 얼마만큼 빛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좀 더 두고 볼 일이겠지만, 이들의 유쾌함과 가벼움의 미학이 예술계에 새로운 바람이 되어 불어 올 수 있을 거라는 것은 이들의 전 방위적인 왕성한 활동과 주변의 즐거운 호응과 분위기만으로도 부정할 수 없는 듯하다. 어려운 예술과 고급의 예술이 아닌 친숙한 이웃동네 웃긴 아줌마와 같은 유머를 구사하는 양반김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이 경박한 극장 <BOXXBOX>”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해보길 바란다._ 정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