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휴일 개인전

"24"

일정: 2013.12.28 - 2014.01.11
Open/Close PM 1:00 - PM 7:00 (close for monday)
Opening reception 12.28 PM 6:00




 처음 문래동에서 만난 정휴일은 꽤나 패기 넘치는 태도와 자신감, 다소 격양된 모습의 끼 많은 젊은 청년이었다. 나이에 맞지 않은 올드한 음악취향을 가졌었고 본인보다도 예닐곱살은 나이 많은 사람들과도 주눅 들지 않고 술잔을 기울이며 논쟁할 주 아는 당돌한 모습과 젠체하는 모습의 중간정도의 태도를 가진 아티스트였다.
그 후로도 다양한 곳에서 일관된 태도로 작업을 노출해온 정휴일은 크게 두 가지의 궤적으로 분류되는 <for a flash>연작과 <hole resident>프로젝트 활동으로 작업을 이어왔다.먼저 흥미로운 <hole resident>프로젝트 활동은 정휴일을 중심으로 한 주변 지인과 SNS를 통해 모집된 몇몇 아티스트들과의 흥미로운 활동과 놀이를 하는 예술 그룹이다. 이 그룹은 같이 전시를 만들기도 하고 새로운 장소로 여행 및 탐방을 가기도 하며, 각자의 아티스트들의 주 장르를 공유하고 창작하는 워크숍을 열기도 한다. 재밌는 점은 이러한 활동들이 그저 네트워크와 연계활동, 유선을 통한 모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SNS와 웹을 통해 끊임없이 기록되고 홍보된다는 것이며 더욱이 온라인 후원 사이트를 통해 모인 후원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단순 취미 성격의 예술그룹만으로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형식적인 면에서 기존 예술그룹의 자유로운 형태로 볼 수 있는 이 그룹은 정휴일을 중심으로 매 번 회원들과 모임의 구성방식들도 변화한다. 대다수의 예술그룹들이 장르와 성격들로 분류되는 것과는 달리 그룹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정휴일 단독의 취향과 지향점을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예술 그룹들과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표면적으로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플랫폼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듯 하면서도 전체적인 그룹의 시작과 끝점이 정휴일의 판단과 결정에 의존한다는 것과 스스로 본인을 <hole resident>의 캡틴이라고 명명하는 점에서 좀 더 그 윤곽을 명확히 한다. 이 부분에서 <hole resident> 그룹 활동의 의미적 맥락과 내용적 맥락은 차치하고서라도 정휴일에게 있어 이 활동들이 갖는 상징적 의미와 욕망 정도는 본래의 페인팅 작업들에서 추구하는 바와 그 맥락이 같이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번엔 정휴일의 페인팅 작업들을 보자. <for a flash> 연작은 과거 그가 여러 가지 기호와 글씨, 그림들을 조합해서 만들었던 과거작의 구상적 형태에서 벗어나 물감의 흩뿌림과 번짐, 마르고 굳는 질감과 색의 표현으로 만들어낸 추상작업들이다. 두 작업 모두 20세기 미국 추상표현주의와 팝아트의 대표적 아티스트들의 작업 맥락에서 벗어나기는 어렵겠지만 (어디 이러한 것들이 현 미술 판에 이 것 뿐이겠는가) ○○○류의 언급은 소거하고, 그가 작품에 대해 내뿜는 에너지와 그러한 비판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는 작가적 자세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 
정휴일은 어쩌면 쉼 없이 물감을 들이 붇고, 거대한 아시바 구조물들을 세우고, 목재들을 잘라 여기저기 형태를 맞추어 나가며 형상을 만드는 이러한 어떤 행동, 즉 몸을 계속해서 움직임에 좀 더 가치를 부여하는 듯하다. 하지만 과거 잭슨 폴록의 어떤 액션과는 맥락이 다르다. 새로운 표현방법으로서의 액션이 아닌 작업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해야만 하는 어떤 중압감, 물리적으로 큰 작업에 대한 욕망 등이 스스로에게 부여되어 이끌고 나가는 듯이 보인다. 이러한 점은 본인의 전시된 창작품들을 부수고 재조합하여 새로운 퍼포먼스나 설치물을 제작하는 것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판매하지 않거나 작업실 한편에 커다란 짐처럼 남은 과거 작들을 이러한 행위를 통해 해방하거나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서 작가는 가치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ole resident>와 페인팅 작업들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듯이 작가는 어떤 대상에 대한 탐구보다도 작가 스스로 상징화되어 대상화되는 그 체계, 아티스트라는 상징적 존재에 대한 욕망과 욕구가 매우 강하다. 그러하기에 작업에서 뿜어져 나오는 표면적 성질에 매우 치중하고 감정적인 표현들을 여과 없이 작품들에 쏟아낸다. 그 안에 어떤 내러티브와 묘사는 의도적으로 삭제하고 행위를 통해 기록된 색과 선들의 형상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정휴일은 그러한 감정적 상태, 현실적 상황들을 마주한 채 “24”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연다. 24라는 숫자가 암시하듯 앞 서 열거한, 작가로서 살아가는 현실로서의 삶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욕망, 절박한 환경과 한계들을 스스로가 정한 틀 안에서 모두 쏟아내고 토해낸다. 애써 외면하고 마주하기 싫던 작업과 성장통의 문제들도 더 많은 에너지와 더 많은 창작으로 뛰어넘으려 한다. 그 것만이 유일한 본인이 가진 최대의 노력이며 현 상황을 넘어서는 다음으로 넘어가는 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어리고 젊은 아티스트들이 한 때의 열정과 치기로 라이징 스타로만 머물다 사라져 가는 것처럼 이 작가도 힘과 파워, 열정이 느껴지는 젊은 스타로만 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짓고 담금질하는 모습에서, 또 현실과 상황의 탓만 하는 여타 다른 동료들보다도 좀 더 기대가 되는 것은 아티스트로서의 열망과 꿈, 욕망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해하는 그의 포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18살이다’라는 카피라이터에서 10여년이 불쑥 지나 담담히 본인을 노래하는 어느 젊은 싱어송라이터처럼 지금 현재 “24”라는 포인트로 본인을 담금질하는 정휴일의 십수년 이후에 모습은 어떠할지 궁금하다. <정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