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익 개인전
세계의 바깥
Outside of Ground
일정 ㅣ 2014년 7월 19일 ~ 8월 2일
Open/close PM:1:00 - 7:00 (close for monday)
Opening reception 7.19 PM 7:00



   
글_이채윤

<세계의 바깥>은 개인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사회와 맞닥뜨릴 때 생겨나는 물음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미 정해져 있는 수많은 질서들과 법칙들 속에서 개인은 종종 무력감을 느끼곤 한다. 또한 다수와 소수로 구분되어지는 정치 체제 또한 진정한 자유를 실현하는 최선의 체제인지 질문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너무 많은 물음을 세상에 던지는 것 자체가 '나'를 점점 더 구석으로 몰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질문을 세상에 던지지만 그에 대한 대답도, 나에게 돌아오는 질문도 없다는 것이 숨 막힌다. 결국 어느 지점에선가 개인은 사회 혹은 다수라는 큰 벽에 부딪쳐 피 흘린다. 그렇게 개인으로서의 무기력함이 만연할 때 즈음, 결국 우리는 '내' 안에 있는 무의미에 주목하게 된다. 그러나 심지어 '나'라는 존재의 무의미에 대해서 사유하게 될 때도 완전히 벗겨낼 수 없는 것이 있다. 내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 부피, 육체성은 무의미함 속에 당당하게 자리한다.

작가 김윤익은 개인과 사회의 충돌 이후에 주목한다. 주체적인 삶은 주체가 다쳐도 여지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충돌 이후의 경험들은 몸에 흔적을 남기고 아문 상처와도 같다. 상처를 가진 주체는 가지기 전과 같을 수 없다. 이제 그는 세계의 밖을 상상할지도 모른다. '나'는 세계의 안에 있으나 동시에 그 안에 포함되거나 속할 수 없으므로. 그래서 이 세계가 가진 것을 ‘벗겨내는 것’으로 치환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그 세계의 밖을 안에서 구축해간다.
 
그의 주변은 사물들이 일정 부분 채우며, 버리지 못했던 물건들이 그의 작품을 축조한다. <사물들pieces>이라는 물건의 덩어리는 의미들로 가득 채워진 전시 공간에서 ‘무의미’를 상징한다. 그 사실은 마치 모든 세계를 읽어내려는 우리를 되려 활자중독자로 만들어낸다. 

여기, 어떤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빈 캔버스가 하나 있다. ‘캔버스’라는 기표가 2차원의 회화를 상징한다면, 이 빈 화면은 그 상징을 벗겨내어 예상 가능한 이미지들을 층층이 쌓아낸 <포획장치>이다. 캔버스는 비어있지만 그것이 지나온 여정의 경험과 동시에 이미지들이 켜켜이 쌓여 ‘무(無)’를 그려낸다. 겹겹의 경험을 통과한 결과 무력한 개인이 되는, 즉 ‘아무것도 아님’을 반영하는 것이다. 
 
의미를 벗겨낸다는 것은 우리가 의사소통의 매개로 사용하는 언어라는 규범의 절대성에 도전하는 행위와도 같다. ‘의미’의 상징인 언어적 기표를 벗겨낸 날 것의 드러남이 현실세계의 ‘물성(物性)’으로 치환되는 작업에서 우리는 과정적 부재 혹은 결핍을 감지할 수 있다. 허나 언어는 주체와 타자간의 매개이며, 동시에 주체로서의 한 개인에게는 실재와 의식을 있게 하는 경계이다. 또한 문자로서 존재하며 그 물질성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사물에 씌워진 의미를 아무리 벗겨내도 남아있는 물성(物性)이 흰 캔버스를 통해 세상에 백기 선언을 한 그에게 남겨진 언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