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새벽        

환각이 이탈하는 창가, 
널브러진 뒤켠의 길을 따라
수배전단이 나부끼는 외딴 새벽
콘크리트 펜스 위 우거진 철망 사이로
한 칸의 가로등은 점멸하고
흙으로 덮인 보도에는
몇 개 넝마 조각이 드러누워
곧 내릴 비의 습기를 풍기는데
공장 외벽마다 얼룩진 추상한 점씩이 걸린 채
낡은 라디오주파에 스치운다   

이국의 포로처럼 밀려드는 한기에
커튼을 닫고 나는 적막을 피해 돌아선다
비틀린 문틈 헝클어진 테이블
황급히 숨은 벌레 몇 마리
어느새 쥐어든 노트 한 권
멋쩍어 펼친 자리에는 
‘오늘밤 또 하나의 젊음은
골몰하고 조소하고 외롭다 잠이 들겠지?‘
나는 부끄러운 페이지 한 장을 찢어
얼굴을 가린다
입주작가 
2012.4.21 ~ 2013.1
이원양

스탠딩 코미디, 시인



칩거


그래도 내 생활엔 낭만이 있는게

나는 왠지 부끄러운 밤이면

한낮의 햇살을 상상하며

그리운 이들이 자지러지게 웃는

그런 편지를 마음으로 쓰곤 하니까


                                  리플리